노르웨이에서 어느 정도 사시다가 보면 문득 깨닫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매달 내는 월세면 그냥 집을 사는 것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매달 나가는 돈이 줄어든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한 예로, 제가 제일 처음에 콩스버그에 왔을 때 월세 12000 크로네 집을 구했는데 나중에 이 집이 250만 크로네에 팔렸습니다.

이자 2%에 85% 대출로 계산하면 1달에 8천 크로네 정도입니다.

다시 말하면 집을 사면 오히려 1달에 4천 크로네 지출이 줄어드는 것입니다.

게다가 월세로 살면 임대기간이 끝나면 아무 것도 없는데, 자기 집은 오래 살면 대출금도 줄어들고 내 집도 남는 장점이 있습니다.

노르웨이 부동산은 코로나 기간동안 상당히 가격이 올랐으며, 장기적으로도 우상향하고 있기에 노르웨이에 내 집 마련을 하는 것은 재테크 측면에서도 좋은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그럼 내 집을 구하기로 결정했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Finn.no로 가서 원하는 매물을 찾는 것에 앞서 하셔야 하는 일이 있습니다.

바로 노르웨이 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얼마까지 가능한지 확인하시고, 소위 대출확인서 (Finanseringsbevis)를 받으셔야 합니다.

대출확인서는 실제로 존재하는 문서라기 보다는 은행과 협의한 최대 대출가능금액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노르웨이 주택담보대출은 크게 2가지 중요조건을 만족해야 합니다.

  1. 주택구입금액의 최대 85%까지 대출 가능 (오슬로에서 자기가 사는 집이 아닌 투자용 집의 경우 40%로 제한)
  2. 대출자의 연수입의 5배까지 대출 가능

예를 들어 대출확인서 금액이 300만 크로네라고 하겠습니다.

그럼 최종적으로 맥시멈 금액으로 집을 살 경우, 들어가는 금액은 다음과 같습니다.

300만 크로네 (은행 대출, 85%) + 약 53만 크로네 (자기자본금, 15%) + 등록세 약 9만 크로네(집값의 2.5%로 새 집이나 Andel(공유형) 집을 구입하면 내지 않음) + 주택구입법률보험 (주택 타입에 따라 금액 상이, 대개 1만 크로네 내외)

만약 이런 경우라면 은행과 대화시 은행에서 이런 말을 해줍니다.

“대출은 300만 크로네까지 되고, 나머지 15%는 자기자본금이 있어야 합니다. 자기자본금 이외에도 등록세와 보험비는 대출에 포함되지 않고 직접 부담해야 합니다.”

그럼 열심히 15%에 해당하는 자기자본금과 기타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돈을 모았다고 치겠습니다.

그리고 연봉이 60만 크로네이니까 5배인 300만 크로네를 빌리고 싶다고 은행에 가면 아마도 높은 확률로 거절될 것입니다.

왜냐고요?

저 집값의 85% + 연봉 5배 대출은 모든 조건이 문제가 없을 때나 가능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어떤 조건들이 대출시에 나쁜 요소 (대출 거절 또는 대출금 축소에 영향)로 작용할까요?

아주 많지만 널리 알려진 것들만 살펴보겠습니다.

  • 결혼이나 동거중인데 1명이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
  • 프리랜서 등 수입이 일정하지 않은 경우
  • 아이가 있는 경우 (아이수에 비례해 대출이 어려워집니다)
  • 이혼 등으로 인해 보육비를 지원해야 하는 경우
  • 이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SFO에 가는 경우
  • 집에 차가 있는 경우 (자가, 리스 모두 포함)
  • 노르웨이 업무 경력이 짧은 경우
  • 노르웨이 영주권/시민권이 없는 경우
  • 나이가 많은 경우
  • 1번이라도 전기세나 기타 요금/청구서를 못 낸 적이 있는 경우 (통신요금은 미적용)
  • 개인사업자가 있는 경우
  • 현재 다른 대출이 있는 경우 (학자금, 차량, 배, 생활자금 등)
  • 월세가 비싼 집에서 살고 있는 경우

특히 한국사람이라면 “노르웨이 영주권/시민권이 없는 경우”에 해당이 되어서 페널티를 받게 됩니다.

간단히 설명해서 한국사람이 노르웨이 영주권을 가지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입을 일정한 기간 이상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영주권이 있다는 것은 이 조건을 만족했다고 볼 수 있지만 반대로 없는 경우는 이 조건을 기본적으로는 만족하지 못한 것으로 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위의 리스트에 해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무조건 대출이 안 되거나 대출이 조금밖에 되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왜냐하면 은행마다 대출심사기준이 다르고, 같은 은행이라도 지점에 따라서, 그리고 담당자에 따라서 심사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노르웨이 연봉이 높고 일한 경력이 기시다면 문제가 별로 없겠으나 그렇지 않을 경우에 드릴 수 있는 조언들이 있습니다.

여러 은행에 컨택

다들 주택담보대출을 알아보시면 DNB, Sparebank 1, Nordea 이 3개 은행을 알아보시고 이 3개 은행에서 안 된다고 답이 오면 포기하시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데 노르웨이에는 120개가 넘는 은행들이 있고, 여러분들이 듣도 보도 못한 은행들도 많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오슬로에 산다고 반드시 오슬로에 있눈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저기 멀리 트롬쇠에 있는 은행에서 대출받으셔도 아무 문제 없습니다.

주요 메이져 은행들은 고객이 넘치는 반면, 일부 지역 중소 은행들은 고객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런 은행들은 실적을 높이려면 아무래도 상대적으로 좋게 대출심사를 해 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리고 노르웨이는 대출을 갈아타는 것이 비교적 쉽습니다.

그러니 최초 대출은 조금 이자가 비싼 은행에서 받고, 나중에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은행의 대출상품으로 갈아타시면 됩니다.

몇 군데 알아보시고 포기하지 마시고 여러 곳을 알아보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일시적 생활조건 조절

위의 리스트를 보시면 대출에 마이너스가 되는 요소들이 있습니다.

이 요소들은 대출심사를 받는 한시적으로만 조절하실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차를 잠깐 파실 수도 있고, 아이를 1-2달 SFO에 보내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개인사업자가 있다면 폐업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나중에 대출승인되면 원하시는대로 되돌리시면 됩니다.

저 조건들은 대출심사요건이지 대출 후에는 아무 관계없기 때문입니다.

노조나 기타 협회 연계 대출상품 주의

노동조합이나 기타 협회와 관련한 대출상품들도 많고, 대개 보면 좋은 조건으로 광고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22년 1월 현재 TEKNA라는 노조에 가입하면 연계된 Danske Bank에서 주택담보대출을 1.77%로 빌릴 수 있다고 합니다.

문제는 저기 나온 이율이 일단은 대출심사를 통과해야 받을 수 있는 것이지 노조회원이라고 무조건 다 되는 게 아니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높은 확률로 아예 대출 자체가 거절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로 저런 조건을 받는 경우는 은행이 좋아하는 조건 (아이가 없고, 자신과 배우자의 소득이 높으며, 저축/유산 등으로 모아둔 돈도 많은데, 살려고 하는 집이 85%나 5배 기준보다 낮은 경우 등)인 경우에 나오는 것이고, 실제로 대출이 승인이 되더라도 광고된 조건으로는 안 나오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서 이런 노조나 협회가 연계된 대출상품은 이렇게 이해하시면 정확합니다.

*해당 은행에 대출심사를 받고 대출을 받는 것은 동일한데 만약 대출이 승인되고 해당 노조/협회 회원이라면 이율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젊은 담당자 컨택

꿀팁입니다.

위에서 지역 중소은행을 노리라고 알려드렸습니다.

그리고 이런 지역 중소은행 홈페이지 보시면 직원도 몇 명 없어서 직원들 사진이랑 직책, 연락처 다 나와 있는 곳들도 있습니다.

이 중에서 Rådgiver라고 된 사람들이 대개 대출 담당직원인데, 그 중에서 가장 젊고 입사한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사람을 찾아두세요.

그리고 은행 홈페이지에서 대출 신청양식을 작성할 때 아까 알아둔 사람과 상담하고 싶다고 적으세요.

은행 대출담당은 일종의 세일즈 포지션이기도 해서 은행에서 오래 일한 사람들은 이미 확보된 고객들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인구가 적은 도시의 지역은행을 생각해보겠습니다.

여기에 30년을 넘게 대출담당한 직원이 있다면 아마 많은 그 지역 사람들을 알고 있을 것이고, 그 사람들은 아마 대출이 필요하면 이 30년 일한 사람을 찾아갈 겁니다.

반대로 젊고 경력이 짧은 직원들은 아직 인맥이 적을 확률이 높고 따라서 새로운 고객을 만드는 데에 좀 더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불리한 조건들이 있는 경우에도 긍정적으로 대출을 검토해주는 경우가 많으니 이 젊은 담당자와 잘 이야기를 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대출 승인 이후

이후에 얼마까지 빌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면 이제 본격적으로 예산 범위내의 집을 알아보러 다니시면 됩니다.

주의하실 점은 은행마다 이 대출확인서의 보증기간이 있어서 그 보증기간에만 이것이 유효하고 이후에는 다시 재발급 또는 재확인을 받으셔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개 3개월 또는 6개월인 경우가 많은데, 이 부분은 해당 은행에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일단 대부분의 경우에는 대출이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가 문제지, 대출이 나오긴 나오는데 대출조건이 안 좋아서 좋은 것으로 바꾸고 싶다는 경우는 적을 것으로 판단합니다.

그래서 우선적으로 대출을 받기 위해서 필요한 것들을 알아보았습니다.

노르웨이에서 집사기 시리즈는 앞으로 다음과 같이 연재될 계획입니다.

노르웨이에서 집사기 – 대출편 (1): 노르웨이에서 대출받는 방법

노르웨이에서 집사기 – 대출편 (2): 은행 대출상품 비교법, 원금/이자 외에 숨겨진 비용 확인하는 방법, 추천 사이트

노르웨이에서 집사기 – 집 검색하기 (1): Finn.no 이용해서 원하는 조건의 집 찾는 방법, Nabolag 활용법, 개인이 파는 경우/중개인이 파는 경우

노르웨이에서 집사기 – 집 검색하기 (2): 주택판매보고서 (Salgsprospekt 또는 Salgsoppgave) 보는 법

노르웨이에서 집사기 – 집 보기 (1): 집 임장시에 확인해야 하는 것들, 준비물

노르웨이에서 집사기 – 집 보기 (2): 중개인에게 물어보면 좋은 질문들

노르웨이에서 집사기 – 경매 입찰하기: 경매 입찰 전에 확인해야 하는 내용, 입찰 시 주의할 내용, 다른 국가와 차이점 (스웨덴), 입찰 전략

노르웨이에서 집사기 – 경매 1등 이후: 경매 라운드 후에 일어나는 일들과 주의할 것들, 법률보험 구입 여부,

노르웨이에서 집사기 – 집 넘겨받는 날: 집 넘겨받는 날의 의미와 주의해야 할 내용. 첫째날 해야 하는 것들 (수도, 전기, 인터넷, 보험)

노르웨이에서 집사기 – 집에 문제가 있는 경우: 문제의 종류와 대응방법. 보험사 활용방법. 추천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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